트럼프 관세 정책 완전 해부
미국 정치를 온통 뒤흔들어 놓은 트럼프가 또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나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60%, 다른 나라에 10% 이상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읽고 소름이 돋았다. 이게 현실이 된다면 한국 경제는 어떤 타격을 받게 될까? 나는 지난 주말 동안 여러 경제 전문가들과 산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불안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트럼프 관세정책의 핵심 내용
"트럼프는 관세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첫 번째 대통령입니다." 한 미국 통상 전문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단순한 구호에서 출발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첫째, 중국에 대한 초강력 관세다. 트럼프는 중국 수입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그의 첫 번째 임기 동안에도 중국산 제품에 평균 19.3%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번에는, 말 그대로 '관세 폭탄'이다.
둘째,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관세 부과다. 트럼프는 이미 첫 임기 때 무역확장법 232조항을 활용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 조항의 핵심은 '국가 안보'라는 막연한 이유로 관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 조항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적용하려 했었다.
셋째, 양자협상을 통한 '딜'이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나 다자간 협정보다 미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일대일 협상을 선호한다. 한 경제학자는 "트럼프는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며, 우리가 이기려면 상대방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는 이전 임기에 한미 FTA를 재협상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했다.
넷째, 관세를 '현금 인출기'로 보는 시각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에 관세를 지불한다"는 경제학적으로 틀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그 비용을 부담한다. 하지만 그에게 관세는 단기적인 세수 확보 수단이자, 외국 정부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보인다.
한국 경제에 미친 실질적 영향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물건마다 1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누가 그 물건을 사겠어요?" 한국무역협회 관계자의 표정이 어두웠다.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이미 심각하다. 철강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한국은 철강에 25%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연간 수출량을 2017년 대비 70% 수준으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미국 수출이 30% 가까이 줄었고, 그만큼 일자리와 매출이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자동차 산업도 위태롭다. 현대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25%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이에 대응해 두 회사는 미국 내 공장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현지 생산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가전제품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은 이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고율의 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결국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신흥 산업에 대한 영향이다.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바이오헬스 등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산업들도 보호무역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어,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나는 최근 방문한 부품업체 생산라인에서 "미국 수출품 포장 작업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현장 관리자의 말을 들었다. 이는 이미 관세의 그림자가 한국 산업 현장에 드리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대응 전략과 글로벌 관세 흐름
"이제는 관세를 피하는 것보다 관세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한 경제연구소 소장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전문가들은 크게 네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대다. 이미 현대차,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조지아, 테네시 등 '러스트 벨트' 지역에 대한 투자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도 함께 가져갈 수 있다.
둘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미국의 산업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은 관세 부담보다 세제 혜택이 더 클 수 있다. 한 컨설턴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미국의 산업 정책과 맞물린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셋째, 아세안, 인도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다. 미국과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한 수출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한국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국장은 "이제는 신남방 정책을 수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넷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은 동맹국 간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이 흐름에 편승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한미 기술동맹을 강화하면 관세 장벽을 낮출 수 있다.
한편, 글로벌 관세 흐름은 보복 관세의 연쇄 작용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EU는 이미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이며, 중국 역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 국제경제 전문가는 "관세 전쟁은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게임"이라고 경고했다.
결론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유럽의 환경 규제...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수출 주도형 성장을 해온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도 모두 이겨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우리는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내가 만난 중소기업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다면 그만큼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죠. 관세는 결국 품질로 극복하는 것"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관세라는 높은 벽을 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우회로를 찾는 것과 함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경제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경제 현장을 누비며 본 한국 기업들의 저력을 믿는다. 관세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더 강한 한국 경제가 서 있기를 기대한다.